아주 비효율적인 아침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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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비효율적인 아침 산책

헤스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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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14:13


 "엄마, 나 가."

 

둘째 딸이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며 현관에서 큰소리로 말했다. 아침 8시였다.

 

나도 산책 삼아 같이 나갈까.

 

잠시 망설였다.

 

지금 무인카페에 가면 오늘 정해 놓은 일을 오전 안에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딸의 아르바이트 학원까지 함께 걸어갔다 오면 왕복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내 한 시간, 좀 아까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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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생활 31년 동안 내 하루는 늘 효율을 기준으로 움직였다. 한 손으로 양치질을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세면대를 닦고, 잠들기 전에는 다음 날 입을 옷과 휴대폰, 지갑, 가방을 식탁 위에 미리 챙겨 두었다. 아침 동선은 분 단위였다. 하나라도 어긋나면 530분 버스를 놓쳤다.

 

그렇게 살아서일까.

 

은퇴한 지금도 시간을 쓰기 전에 먼저 계산부터 한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나도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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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딸과 함께 집을 나섰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 딸의 걸음이 왠지 가벼워 보였다.

 

"팔은?"

 

"!"

 

보조기를 놓고 나온 것이다.

 

지난 5월 말, 딸은 빗길에 넘어져 팔꿈치 끝부분이 부러졌다. 수술도 쉽지 않은 부위라 아직은 자 모양의 보조기를 하고 다닌다.

 

"오늘은 하루 종일 재활한다고 생각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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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선생님 이야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야기, 친구 이야기.

 

딸은 쉬지 않고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가 이렇게 나란히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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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훌쩍 컸지만 내 눈에는 나무를 잘 타던 아이, 밤늦도록 머랭을 서른 봉지나 만들어 학교에 가져가던 아이, 배드민턴 시합에서 안경에 김이 서릴 만큼 뛰던 아이가 함께 보인다.

 

이제는 아이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자라고, 자신만의 고민을 품고 살아간다. 그 고민은 부모가 대신 살아 줄 수도, 해결해 줄 수도 없는 아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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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가 떠올랐다.

 

신호등 옆 돌의자에는 핑크색 신발주머니를 수도 없이 놓고 왔다. 18층 집에서 내려다보면 건너편 돌의자 위에 놓인 신발주머니가 나를 올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어느 날은 학교에 너무 신나게 가는데 친구가 물었다.

 

", 너 가방은?"

 

"? 가방 놓고 왔네."

 

그렇게 자란 아이가 올해 스물한 살이 되었다.

 

물건을 잘 놓고 오는 버릇은 그대로다.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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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집을 나설 때만 해도 '오늘은 참 비효율적인 아침이 되겠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딸을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나는 오히려 동네를 한참 더 걸었다. 길가의 과실수를 하나씩 올려다보며 이름을 찾아보기도 했다.

 

천천히 걷고,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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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바쁘게 살 때는 효율이 삶의 기준이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비효율이라고 여겼던 시간이 하루를 더 충만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하루가 쌓여 오래도록 꺼내 볼 추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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