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친구에게 느낌 감정의 시작은 특별한 순간 때문이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마주쳤고 그 애가 웃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부터 내 하루에는 자꾸 그 애가 끼어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마주칠 수 있을까 생각했고,
복도를 걸을 때면 혹시 저 멀리서 그 애가 걸어오고 있지는 않을까 괜히 고개를 들었다.
친구들은 내가 요즘 자주 웃는다고 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웃는 이유를 말하면
그 순간부터 그 애가 내 마음속에서 너무 큰 사람이 되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애는 내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걸 모른다.
아마 평생 모를 수도 있다.
나는 그게 조금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한다는 말은 이상했다.
내 마음에서는 매일같이 커져가는 감정인데,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에는 고작 세 글자밖에 되지 않았다.
좋아해.
그 세 글자에 내가 얼마나 많은 밤을 담았는지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기대를 담았는지
그 애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 애가 좋아하는 음료를 기억했고
시험 기간에는 잘 자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메시지 창을 열었다가 몇 번이고 닫았다.
생일이 다가오면 무슨 선물이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주지 못했다.
괜히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가
괜히 특별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겁이 났다.
나는 그 애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면서
내 마음속에서는 그 누구보다 특별한 사람이었다
그 사실이 가끔 너무 억울했다.
사랑은 꼭 함께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가끔은 혼자 좋아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벅찼다.
그 사람이 웃으면 나도 행복했고
그 사람이 힘들어하면 나까지 마음이 무거웠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서운했고,
그 사람이 내 이름을 불러주면 하루 종일 그 목소리가 귓가에 남았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짝사랑은 상대방에게 닿지 못하는 마음이 아니라
혼자 서도 계속 자라나는 마음이라는 것을.
아무도 물을 주지 않았는데도 꽃이 피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는데도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어쩌면 언젠가는 이 마음도 끝날 것이다.
그 애가 누군가의 손을 잡게 되는 날
나는 웃으며 축하해 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마음을 혼자 꺼내어 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
아직은 그 애를 좋아할 수 있으니까.
아직 그 애가 나를 보며 웃어주는 순간이 있고,
아직 내 하루의 어딘가에는 그 애가 존재하니까.